걔 아플때 썰인데 어제 꿈에 똑같이 나왔다
물론 좀 지난일이라 추억보정이 있을수도 있다
중학생이 얼마나 어린 나이겠어. 근데 그때 한참 자신감만 충만할때였다
같은 반때 알고 지내다가 학년이 올라가며 반이 바뀌었다
친한건 아니었고 그냥 가끔 얘기하고 장난치는 그정도였어
하루는 한참 뛰어다니다가 수업시간이 되서 앉아있는데
나는 또 혈기를 못이기고 교탁앞에서 놀고있었지
그때 가정쌤이 와서 앉으라며 하더니 우리한테 그러더라
감기기운 열기운 있으면 얘기하라고. 옆반 누구는 지금 열때매 얼굴이 새빨갛다 하더라고
근데 그때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반을 나가버렸다
아직도 왜인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둘이 얘기 많이한거도 아니고
그냥 같은반 친구 1이었거든. 전에 하나 해프닝도 있긴 했지만
그때는 좋다는 감정도 없었고 그냥 조용하고 신경쓰이는애 1일 뿐이었었다. 내가 전에 반장이라 더 챙기려던거도 있었고
여튼 그렇게 나가버렸다. 등뒤로 쌤이 어디가!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라
멍하니 복도를 걸어 그친구 반 뒷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직 선생님이 안왔었는지 자습이었는지 애들은 떠들고 놀고있더라
문열고 가니 남자애들은 뭐냐며 장난치는데
인사하고 가서 그 애 앞자리에 앉았다
힘없이 한쪽팔로 이마를 받치고 있는 걔가 보이더라
발갛게 상기되어있는 볼이 아직도 기억난다
너가 왜 오냐는듯 동그래진 눈이 보이며
내 손을 뻗어서 손등을 그 친구 이마에 올렸다
열난다며, 괜찮아?
어느새 조용해진 주변에서 친하던 친구들이 놀리는듯 와~ 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던거 같다
그 아이는 눈을 내리며 내 손등에 손을 올리더라
그 아이가 손을 이끌었는지, 나도 모르게 그랬는지 그친구 볼에 손이 갔다.
체구가 조그마한 아이였기에 한손으로 볼과 귀가 다 감싸지더라
그때까지 아무말 안하던 애가 더 자그마한 목소리로 얘기하는데
주변에서 친구들이 사귀냐? 하며 장난치는 소리는 하나도 안들리고
그 아이 목소리만 들려왔다
손이 참 차갑네 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퍼뜩 정신이 차려진거 같다
그제서야 내가 너무 낮간지럽구나 하는 생각에 황급히 손을 거뒀다
물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나 수족냉증이 심해서 그래.
괜찮아? 괜찮으면 간다. 하며 검지손가락으로 그 친구 이마를 톡 치고 갔다
문을 열고 나와서야 좀 정신이 차려졌었다
그 상황에 너무 몰입했던것인가 싶다
설렘과 좋아하는 감정보다는,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어주는듯한 감정이었던가 같아. 그 당시에는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를 하는데, 평소 차갑던 손에 찬 물이 닿았지만
그 애의 작은 손이 닿았던 부분만 데인 듯 따듯하더라
아무 일 없던것처럼 교실에 돌아와
화장실이 급했다며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그 이후로 그 친구와 별다른 일은 없었던거 같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졸업을 했다
나는 바로 옆 학교에, 그 친구는 동네 여고로 갔으니까
세상에 그 아이와 나만 둘이 있다고 느꼈던,
내가 처음 느껴본 몰입이었나 싶다.
문득 어젯밤 꿈에 네가 나온건,
놓쳐버린 추억이 아쉬워서일까
다시 만나기 힘들어진 학생때의 전부가 그리워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