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큰 업계가 망해버리는 건 단순히 기업 몇개 적자로 전환하는 것이랑 완전히 다르다는 것 정돈 알고있겠죠
그런데 넥슨 매각을 기점으로 넥슨뿐만 아니라 게임업계 자체가 망해버릴 수 있다는 점은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 또 돈슨이 어쩌구, 국내 썩은 게임업계가 어쩌구 하면서 비꼬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텐데 그게 생각없는 짓이라는 얘길 해봤자 그런 사람들은 바뀌질 않으니 그냥 현직 업계인으로서 관심있는 사람들만 보라고 글 좀 끄적이겠습니다.
1. 왜 게임 업계가 망하는가?
- 넥슨은 계열사를 모두 포함하면 게임 업계 종사자의 10분의 1이라는 거대한 인력을 운용합니다.
- 하지만 실질적으로 매출이 유의미하게 나오는 곳은 던파, 메이플 등 손에 꼽는 수준입니다.
- 10조 규모의 매입 자금을 최대한 빠르게 회수하기 위해선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모두 구조조정을 시행할 것입니다.
(넥슨은 게임 업계 내에서도 진행중인 프로젝트나 매출이 나오지 않는 라이브 게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많기에 자를 것이 많습니다.)
-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넥슨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업계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하는 회사인데, 투자도 모두 끊어버리면 스타트업도 동시에 망하는 겁니다.
- 자를거 다 자른다면 넥슨 인력의 50%는 무리없이 취업 시장에 뿌려질 것인데, 그것은 게임 업계 종사자의 5%에 달합니다.
- 경쟁률이 극단적으로 상승하게 되고, 취업이 힘들어진 경력자들은 연봉을 깎아서라도 취업하려 할 것입니다.
- 위 현상으로 인해 게임 업계 종사자에 대한 대우는 극도로 안좋아질 것이고, 신입 취업은 완전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 이후로는 굳이 더 이야기 안해도.....
2. 매각 시나리오
- 현재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기론 텐센트를 예상하고 있는데, 물론 텐센트가 1순위로 예상됩니다만, 최근 중국의 게임 규제와 그로 인한 자금 외국 반출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 얼마 전 슈퍼셀 인수에 대규모 자금 투입 등 아주 확실치는 않은 상황입니다.
- 두번째로 가능성 있는 것은 사모펀드를 비롯한 투자 컨소시움... 이 곳에 매각되면 무조건 끝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투자 컨소시움이 이익을 보는 방식은 [ 매입 > 구조조정 등으로 순이익 증대 및 기업 가치 일시적 상승 유도 > 매각 ] 이런 구조이기에 역대급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국내 게임 회사들은 인수할 여력이 전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냐하면, 업계 1위 넥슨 다음으로 규모가 큰 넷마블과 엔씨가 손을 잡더라도 운용 가능 금액은 4조가 될까 말까한 수준입니다.
카카오가 붙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죠.
3. 넥슨은 현재...
- 술렁술렁합니다.
- 아무도 앞으로의 일을 확신을 못합니다.
- 하지만 직접적으로 입 밖으로 해당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 매각 발표 이전에 따로 안내는 전혀 없었습니다.
4. 게임 업계는 현재....
- 넥슨과 마찬가지입니다.
- 낙관적인 이야기는 없다시피하고 비관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며, 실제로도 비관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현실입니다.
현재까지 제가 아는 것을 최대한 간추려서 정리해봤습니다.
아직 저도 나이가 많진 않지만 인생의 절반을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했고, 학교 졸업과 동시에 업계에 발을 들인지 이제 2년도 안된 상황에서 이러한 일에 직접 맞딱들이니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네요.
하필 매각 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 있는 넥슨인으로서 더 착잡하기만 합니다.
어중간한 경력 대비 높은 연봉으로 재취업은 불가능할테고, 다른 업계로 가기엔 인생의 반을 게임을 위해서만 공부했다보니 자신도 없고....
한탄 반, 설명 반 해서 끄적여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