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카페 브랜드 본사에서 일하는 지인이 있어서
평소에 기프티콘을 좀 선물 받아서 요긴하게 쓰는 김짤이야.
어제도 별 생각없이 퇴근하고 집에 가기 전에 해당 브랜드의 카페에 들러서
기프티콘 보여주면서 주문하고 바코드 찍으려고 하는데,
엥?
사용이 안 되는 기프티콘이라고 결제 거부를 하더라고.
카톡으로 선물받은 게 4장이 있어서 하나하나 찍어봐달라고 알바한테 부탁했는데,
다 안 되더라.
근데 존나 거슬리는 게 여자 알바생이 찍을 때마다 피식 피식 웃는 거야.
"풉, 이거 안 되는 기프티콘입니다~"
"풉푸.. 이것도 안 되는 기프티콘입니다~ 풉"
.................. ㅡㅡ ?????????
뭐지 이 신박한 씨발년은???
아무리 내가 웃기게 생겨도 그렇지....ㅅㅂ
처음에는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싶어서 눈 똑바로 뜨고 쳐다봤는데,
이 알바생이 2번째, 3번째 바코드 찍을 때도 비웃는 거 마냥 쳐 웃으면서 안 된다고 그러는 거야.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그냥 카드 결제하면 되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개빡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럼 카드 결제해주세요~"라고 카드 건네주면서,
"근데 굉장히 기분이 나쁘네요. 고객이 준 기프티콘이 사용 안 되는 게 그렇게 재밌습니까? 예?"
꾸짖을 갈!
좀 신경질적으로 이렇게 말하니까,
여자 알바생이 진짜 바로 굳더라.
야이년아 적당히 했어야지.... 속으로 욕하면서 한타 더 먹이려고 입 떼려고하는데, 뒤에 있던 아지매가 난입하더니,
"나도 뒤에서 보고 있었는데 여기 알바생 좀 이상하네. 보는 내가 다 기분이 나쁘네!"
예상하지도 못했던 지원 버프를 켜고 훅 들어오더라고.
아지매가 초딩 딸이랑 같이 뒤에 서 있었는데, 목소리도 좀 크게 높여서 말하니까 매장 테이블에 있던 손님들 이목이 단번에 집중!
이 알바년이 뭐라고 변명할까 싶어서 얼굴을 보는데,
고개를 푹 숙인 채로 ㅂㄷㅂㄷ 떨고 있는 것같더라.
내가 "저기요? 주문은 제대로 받으셨습니까? 카드 안 주세요?"라고 물어도 대꾸도 없고,
그냥 조용히 고개 푹 숙이고 있더라고.
그래서 또 한번 다그치는데......울더라......ㅅㅂ
훌쩍 거리길래 뭔가 했는데, 진짜 울고 있더라.
...........하..........ㅅㅂ
뭔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어서 황망하게 메뉴판 올려다 보고 있었는데,
그때 다른 알바생이 메다닥~ 헐레벌떡 오더니, 무슨 일이냐고 묻더라.
그래서 내가 이런 이런 일이 있었다~ 뒤에 아지매도 가세해서 내가 다 봤는데~ 시전하니,
그 알바생이 연신 고개 숙이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더라.
그러면서 해당 알바생 잠깐 데리고 가도 되겠냐면서 데리고 가서는 스탭룸? 뭐 거기에 넣어놓고,
나와서는 이야기 해주길......
장애가 있다고 그러더라고.
듣곤 좀 놀랐다.
겉으로 봤을 때 장애가 있는 사람인지 티가 하나도 안 났거든.
자폐증이 있지만 심하지 않아서 고용한 거라고.... 원래 이 시간대에는 일을 안 했는데,
얼마전부터 저녁 타임에도 일하게 됐다고..... 근데 이런 일이 생겨서 죄송하다 뭐 그렇게 말하더라.
자초지종 들으니 되려 내가 좀 미안해지고.....ㄷㄷㄷ
같이 화 내준 아지매도 미안해 보이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여튼 사정 들으니까 다 이해가 되고 아까까지 일었던 짜증은 온데간데 없고,
그냥 그 알바생이 상처 입었을까봐 걱정되더라.
내내 커피 빨면서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화장실 가는 길에 쓰윽~ 보니까 다행히 주문 다시 받고 있더라.
한 십여분 더 앉아 있다가 나가려고 하는데,
그냥 가기 미안해서 가방에 넣어둔 내 최애 간식 트윅스 주면서 아까 미안했습니다~라고 하니까,
죄송하다고 하길래,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빠져나왔다.
펨코에 "여자 울린 썰 푼다." 올릴 생각에 싱글벙글은 함정. ㅅㅂ
2줄 요약
- 장애가 있어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새삼 느끼면서......
- 장애가 있어도 티가 안 나는 사람들도 있으니 조심하자.
그래서 기프티콘은 안되는거 준거냐 ㅋㅋㅋ
- 축하드립니다. 와우! 최고 댓글 보너스 20점을 받으셨습니다.